저는 포항 지역에서 중~고등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입니다.
강사 경력은 20년이 넘었으나
수학 강사가 여자 강사인 것 때문에 초중등 대상의 강사로 오해받는 일이 종종 있어요.
(제가 초중등 강사들을 무시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최소한 포항 지역에서는 그에 대한 급나누기가 심한 편입니다.)
심지어는 제가 실제 나이보다 10살 이상 어려보이는 모양인지라 더 그런 듯 합니다.
(이 역시 제 생각은 아니고 그렇게 오해받은 적이 많아서..)
얼마전까지는 과외 위주로만 하다가
아는 원장님이 같이 일하자해서 학원 쪽에도 소속된 지가 2달여 되었어요.
딱 2달 정도 수업한 중1 여학생이 있습니다. 1:1 수업으로요..
처음 상담했을 때부터 어머님이 애 성적은 상관 없으니
애한테 잘 맞춰주고 애 기죽지 않는 게 중요하다시고
학원 강사는 서비스다!!! 워낙 강조하셔서
상당히 쎄하긴 했어요.
수업을 진행해보니 정말 자존감 하나는 대박인 아이인게
초등학생 때 전교회장도 했고 중1인 현재도 반장이라는데
학원 원장님의 따님과 엄청 친하다~ 엄마끼리도 엄청 친하다~를 상당히 강조하며
참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수업시간 내내 자기자랑을 늘어놓고
제가 뭐라 말할라치면 말을 딱 끊고
저를 가르치려는 의도가 심하더군요.
원장님과도 약간 연이 있는 것도 있고 어머님도 너무 쎄하고 해서
한달 넘게 참아주고 좋게 말해왔습니다.
헌데 시간이 갈수록 나불대고 가르치려는 증상이 심해지다못해
틀린 문제를 왜 틀렸는지 설명해주려는데 또 제 말을 끊고
숙제나 수업시간을 까먹는 것에 대해서도
무조건 기억이 안 난다.. 그런 일 없다..로 일관해서
그럼 너가 기억을 해야지~ 한 마디 했다고
저에게 되려 고래고래 고함을 치길래 야단을 좀 쳤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아무리 화가 나도 톤이 높아지거나 언성을 높이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래봐야 소용없으니까..)
몹시 차분하게 풀어서 왜 잘못한 건지 설명을 해주는 건데도
이 아이는 그날부터는 더이상 한 마디도 나불대지 않고
퉁퉁 부은 얼굴로 계속 앉아있다가
지 맘에 안 드는 소리를 했을 때 저에게 고함만 간혹 지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 상태가 2주간 지속되었고
이번 금요일 즉, 6월 9일에 수업을 또 진행했습니다.
이날따라 더 퉁퉁 부은 얼굴로 뭐라 물어도 대답도 잘 안 하고 앉아있었고
또 수업 관련 부분에 대해서 기억 안 난다~ 그런 일 없었다~를 시전하길래
평소보다 더욱 강한 어조로
너가 기억이 안 난다고 없었던 일이 아니다라는 걸 한참 설명했습니다.
또 저에게 고함지르려 하길래
그게 참 예의없는 행동이라는 것도 지적을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얼마 안 지나서 원장님께 전화가 왔어요.
그 어머니가 너무 화가 나서 연락을 했다는 거에요.
그 아이가 그날 수업시간 내내 녹음을 했다더군요..
그래서 그 어머니께 제가 전화를 드렸더니 이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있는 힘껏 뭐라뭐라 고함을 지르는데
사실 이런 경우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어요.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를 반복했죠.
"내가 학원에 가서 원장님하고 쌤하고 셋이서 녹음파일을 들어야겠어요!!"
하고 딱 끊더군요.
솔직히 어머님 마음도 이해는 가죠.
아이가 집에서 자기 잘못에 대해 제대로 말했을 리 만무한데
가뜩이나 프라이드 높은 모녀의 성격상
1도 잘못 안 한 아이를 제가 괜히 몰아세우고 야단쳤다 여길 테니까요.
그리고 방금 지난 어제 토요일에 원장님이 '그 어머님이 저녁 6시에 학원에서 보자고 연락왔다' 해서
원장님도 다른 지점에서 수업 있는 거 미루고
저도 강의 없는 날인데도 저녁 6시에 학원에 모였어요.
그 어머님은 아이도 데리고 오셨는데
아이더러는 교실 밖에 있으라더군요.
아이가 녹음해 온 금요일 수업 때의 녹취를
어머니가 다 타이핑을 쳐서 3부를 인쇄해오셨어요.
본인이 더 화난다는 부분들은 빨간색으로 출력돼 있었어요.
그리고 녹취 파일을 제가 아이에게 뭐라 하는 부분만 딱 골라서 재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요일에는 그 아이가 말을 별로 하지 않았으니
정말 아무 잘못 없는 아이를 제가 말도 안 되게 몰아붙이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더라구요.
그리고 타이핑 해오신 것도
뭔가 제가 말한 것과는 다르게 표현을 바꿨다거나
제가 하지 않은 행동들까지 상상해서 했다고 적어놓은 부분도 몇군데 있고...
몇십분의 녹취 파일을 듣는 동안도 혼자서 화를 주체를 못하더니
다 듣고난 후에는
"너는 우리 XX이에게 25만원짜리야!!! 겨우 25만원짜리라고!!!
니가 감히 우리애한테 어디서 훈계질이야!!
겨우 중1인 우리애가 받은 상처는 어떡할거야!! 이 또X이가!!"
라는 내용을 한참동안 온 힘을 다해서 저에게 소리소리를 치더군요.
(포항에서는 중등 학원비 25만원이 보통입니다.)
솔직히 말의 내용도 참 그렇지만
바로 옆에서 온 힘을 다해 저렇게 소리를 지르시니
거기서 정신줄을 붙잡고 있기가 참 힘들더라구요.
당연히 교실 밖의 그 아이에게도 다 들렸을테고
그 아이의 자존감이 왜그렇게 높은 지도 알겠더라구요.
그러고 원장님에게
"실력있는 쌤한테 붙여준다더니 시간 남는 사람한테 붙여줬네요.
저는 저 쌤이 우리애한테 무릎꿇고 사과하는 걸 봐야겠어요!!"
라면서 저에게 애한테 무릎꿇고 사과하라는 말을 반복하더군요.
그리고 애 데리고 위풍당당하게 학원을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원장님과 한참 얘기했어요.
원장님은 일단 중립인 입장이지만
제가 내일.. 아니 오늘 일요일에 다시 전화해서 사과드리기로 했어요.
제 생각엔 100% 또 무릎꿇고 사과하라는 말 또 할 것 같고
저는 당연히 무릎은 못 꿇는다 할거고
일이 더 커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완전히 다 잘 했다는 건 아니에요.
더 현명하게 대처해야 했다고
제가 더 현명했어야 했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지금은 손이 벌벌 떨리고 내일이 두렵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조언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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